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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a Special day!

 

아오미네는 늘어지게 하품을 하며 기지개를 켠다. 밤 열시다. 익숙하게 핸드폰을 꺼내들고는 전화 를 건다. 까치집 진 머리카락을 정리하는 사이 긴 신호음 끝에 “다이키” 하고 연인의 얼굴이 핸드 폰 액정을 가득 메운다. 아오미네는 “얼굴 보니 이겼네.” 하고 기분 좋게 활짝 웃는 얼굴을 따라 웃는다.

카가미 타이가. 아오미네 다이키의 연인이자 내로라하는 NBA스타. 고등학생 때부터 연애를 시작 해서 벌써 햇수로만 6년째.  접어드는 연애 중이다. 물론 현재는 카가미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리는 게 NBA에  떠오르는 샛별 쯤 되는 아오미네지만, 아오미네는 카가미의 얼굴을 볼 때마다 그런 생각을 했다. 내가 애 하나는 잘 키웠어.

“경기 어땠어.”

아오미네의 물음에 기다렸다는 듯 카가미는 조잘조잘 경기에 대해 떠들었다. 통화는 보통 이런 식 이다. 경기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서 잘 준비를 하고 나면 잠들기까지 핸드폰너머로 얼굴을 맞대고 대화를 나누는 식. 그나마 이런 전화통화가 데이트인 셈이 되어버린 연애가 된 것은 아메리카 땅 이 넓어도 너무 넓고 카가미와 아오미네가 속한 팀의 연고가 제법 거리가 있는지라. 어쩔 수 없이 ‘장거리연애’ 를 시작하게 됐다. 서로의 자리에서 열심히 하다가 결국은 같은 팀에서 선수 생활을 마무리 하자고 약속했다 .

조잘조잘 경기에 대해 늘어놓던 카가미가 핸드폰너머에서 손을 뻗어 뭔가를 쓱쓱 쓰다듬는 시늉을 한다. 그걸 보고서 아오미네가 미처 정리하지 못한 삐쭉 솟은 머리카락을 카메라에 들이밀자 카가 미가 바스스 웃음을 터뜨린다 .

“아, 맞다.”

액정을 통해 머리를 쓰다듬던 카가미가 대뜸 운을 띄운다. 큼- 목소리를 가다듬더니 뜬금없이 ‘Happy birthday to you'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아오미네는 푸흐흐 웃었다. 노래를 마치자마 자 짝짝 박수까지 쳐가며 생일 축하해, 다이키! 하더니 평소에는 부끄러워서 하지도 않는 뽀뽀하는 시늉까지 해댔다.

“그러면 더 보고 싶어진다고.”

“조금 만 더 가까워도 좋을 텐데.”

“계약 끝나면 팀 옮길까?”

아오미네의 진담 섞인 농담에 카가미가 입술을 앙다물고는 곧 시무룩한 얼굴을 한다. 그러고 싶긴 하지만, 그래도…. 가까웠으면 하는 바람은 혼자만의 것이 아니겠지. 아오미네는 시무룩한 얼굴을 한 카가미를 보며 대수롭지 않은 척오늘도 화제를 돌렸다

이런저런 얘기가 오갔다. 내일 경기에서는 몇 득점을 노리겠다는 둥, 어떤 선수가 오늘 멋진 덩크 슛을 성공했다는 얘기 같은 시시콜콜한 얘기들. 그런 얘기를 하면서도 아오미네와 카가미는 수도 없이 웃었다.

“안 자도 돼?”

“이제 자야지.”

“응. 내일 경기 잘해. 잘하겠지만.”

덧붙이는 말에도 아오미네는 키득키득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 잘할거 알면서. 천연덕스런 대꾸에 카가미도 다시금 말갛게 웃는다. 다시 한 번 더 생일 축하해하는 카가미의 목소리에 아오미네는 흐음- 하고 앓으며 눈을 가늘게 떴다. 타이가, 키스하고 싶어. 카가미는 아직도 이런 적나라한 애 정표현에는 면역이 없다. 으악! 소리를 지르면서 눈가를 손바닥으로 가리는 모양을 보다 아오미네 는 장난스럽게 웃는다.

“으… 느끼해. 진짜 느끼하다고.”

“그래서 싫은 건 아니잖아.”

“싫은 건 당연히 아니지만……!”

“정말이야. 키스하고 싶어. 안고 싶고, 보고 싶어.”

웃음기 섞인 아오미네의 진심에 카가미는 또 다시 한숨을 푹 내쉰다. 내일 스케줄만 없었어도 가 려고 했는데…. 미안해서 말끝을 슬그머니 흐리는 꼴에 아오미네는 어깨를 으쓱인다. 스케줄이 있는데 취소가 안 된다며. 그걸 뭐 어떡하겠어. 덤덤하게 ‘괜찮다’는 의사를 표현하기는 했으나 사실 은 조금 투덜거리고 싶은 심정이기도 했다. 내일 늦게라도 오면 안 돼? 같은 말을 불쑥 내뱉고 싶어져서, 아오미네는 아아- 앓으며 자야겠다. 생각도 없는 말을 덧붙인다.

“응. 내일 다치지 말고.”

“전화 할게.”

“잘자. 사 랑해, 아오미네.”

“다이키는?”

“어?”

“아오미네는 사랑하고 다이키는 안 사랑하냐고.”

카가미가 작게 웃음을 터뜨리며 대꾸한다. 사랑해, 다이키. 담백한 애정표현이다. 아오미네는 고개를 끄덕이며 가볍게 손을 흔든다.  잘 자. 카가미 역시 손을 휙휙 흔든다. 생일 축하해. 내일도 질리도록 말할 거야. 아오미네는 ‘그래’하고 짧은 대꾸를 남기며 통화를 끝낸다.

나쁘지 않다. 나쁘지 않은 게 아니라, 견딜 수 있다. 참을 수 있고 장거리연애 같은 건 아무래도 무리일 것 같단 생각을 해본 적도 없다. 그렇지만 오늘 같은 날은 조금 씁쓸한 마음이 들기도 했 다. 생일에 커다란 의미를 부여하는 건 아니지만 같이 있고 싶은 마음이 커서였다. 시즌이 시작되면 몇 개월이나 못 보고 지낼 때도 있으니 익숙해 질 법도 한데, 꼭 그런 날들이 있다.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보고 싶은 날.

그렇지만 모든 것을 등지고 세상에 둘만 남은 것처럼 연애를 할 생각도 없다. 카가미는 농구하는 것을 좋아하고 즐거워하니까.  물론 저 역시도 그렇기 때문에. 각자의 자리에서 오늘도, 내일도. 씁쓸한 마음은 또 금세 지나갈 테니까.

***

점심시간이었다. 카가미와 짧은 통화를 마치고 구장에 딸린 음식점에서 대충 끼니를 해결할 생각 으로 매니저와 함께 털레털레 걷는데 등 뒤에서 생일 축하해! 하고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들린 것 은. 아오미네는 아연질색하며 돌아섰다. 아니나 다를까 덩치 커다란 놈들이 하나같이 예쁘게 포장 된 선물꾸러미를 들고 쑥스러운 듯 웃고 있는 얼굴에 ‘ -우욱’ 손으로 입을 틀어막는데 키가 2m는 훌쩍 넘는 팀 내에서 최장신을 맡고 있는 놈이 아오미네에게 다가와 수줍게 선물을 내민다. 아오미네는 받기 싫다…하고 중얼거리다 결국 팔뚝을 한 대 얻어맞고 나서야 정말이지 깔끔하고 정갈하게 포장된 선물상자를 제 품에 안았다. . . 뭐냐. 시큰둥한 아오미네의 물음에 나중에 뜯어봐 하고 돌아서는 얼굴까지 완벽하게 수줍은 얼굴이라, 아오미네는 제 옆에 선 매니저에게 그랬다. 점심 못 먹겠는데 .

“이따 승리파티 겸 생일파티 할 거니까 빠질 생각 마.”

“안 돼.”

“어차피 만날 사람도 없으면서 튕기지 말고.”

“내가 만날 사람이 왜 없어.”

“없잖아.”

“있어.”

“숨겨놓은 애인이라도 있는 거냐?"

아오미네는 절레절레 머리를 내젓는다. 알아서 뭐하게. 그런 대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어쨌든 오 늘 파티 주인공이니까 빠지면 집까지 쫓아가서 홈 파티 할 거야.” 선전포고를 한다. 아오미네는 품에 안은 선물상자 위로 하나 둘 겹쳐 올려 지는 선물상자를 보고 푹 한숨을 내뱉는다. 이건 완전 파티 참석하라고 주는 뇌물 수준이잖아.

“뜻대로 생각해! 점심 먹으러 가자고!”

 

 

멋대로다. 아오미네는 선물상자를 한 아름 안고 점심으로는 가볍게 샌드위치를 선택했다. 사실 오 늘 아침부터 먹을 게 제대로 넘어가질 않았다. 이유야 역시 카가미가 곁에 없다는 것이 쓸쓸해서 가 되겠고 그건 어떻게 해도 해결 될 문제가 아니니 이러다 말겠지, 하는 생각으로 그냥 저냥 견 뎌내는 수밖에 없다. 이렇도록 뭘 제대로 먹지도 못 할 만큼 상사

병을 앓는 건 한두 번 겪는 일도 아니다.

 

경기 시작 전까지 수도 없는 축하를 받았다. 정성들여 쓴 편지도 받았고 제법 고가의 선물까지 품 에 안겨주는 팬도 있었다. 오늘 경기도 꼭 승리하라는 진심어린 말에 아오미네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도통 집중이 되지 않는데 잘해낼 수 있을지 몰라 말을 아꼈을 뿐이다. 아오미네는 코트에 들어섰다. 아직까지 팬들이 입장하기 전인 구장은 조용하다. 안면이 있는 상대 팀의 선수가 오다가다 마주치면 인사를 건네며 꼭 ‘생일 축하 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그럴수록 어 째 마음이 더 심란해지는 것이 이정도면 계략인 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오늘따라    눈에 띄게 처져있는 아오미네를 코치가 툭 건드린다. 컨디션 안 좋아? 물음에 머리를 절레절레 내 젓기는 했으나 사실은 ‘그렇다.’고 대꾸하고 싶을 정도였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아오미네는 맥이 빠졌다. 큰일이네. 스스로 타일러도 이럴 때 해답은 딱 하나 밖에 없다는 걸 알아 속이 답답하다. 카가미 보고 싶다. 슛을 던지다 멍하니 그런 생각을 하다 보 니 어느새 텅 빈 관중석은 가득 차있고 시험 삼아 버저가 울리는 중이었다.

아오미네는 끙- 앓으며 벤치로 뛰어갔다. 선발이다. 이렇게 된 이상 남은 집중력이라도 최대한 끌어 모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아오미네는 제 뺨을 양손바닥으로 짝짝 쳐가며 남은 집중력 모으기에 열을 올렸다. . 감독은 무언가 간단하게 지시했다. 원래 경기 시작 전에는 별다른 지시가 없다. 알아서 잘하라는 뜻이다.

집중, 집중, 집중하자는 말을 중얼중얼 되뇌는 사이 선발 선수 이름이 하나씩 장내에 호명되기 시 작했다. 하나 둘 팀원과 하이파이브를 해대며 코트로 나선다.

“아오미네 다이키!”

아오미네는 제 이름이 불리자 후- 짧게 숨을 내뱉으며 가볍게 뛰어 코트 안으로 들어선다. 치어리더들의 환대가 오늘따라 심하다. 수술 같은 걸 마구 흔들어대며 시야까지 가린다. 아오미네는 멋쩍게 웃으면서 코트 안으로 들어서려다 제 앞을 떡하니 가로막는 팀 마스코트 인형 앞에서 우뚝 멈춰 선다. 난데없는 진로방해? 아오미네는 멀뚱히 서서 마스코트를 바라보자, 호랑이 인형탈을 쓴 인형이 등 뒤로 감추었던 두 손을 앞으로 내밀며 한쪽 무릎을 척- 꿇는다.

장내에 와학학- 웃음이 터진다. 난데없는 진로방해에, 난데없는 고백이다. 장미꽃 한 송이를 내밀며 한쪽 무릎을 꿇은 모양에 아오미네는 작게 웃음이 터진다. 장미꽃을 받아들자 장내에 지겹도록 들은 생일을 축하하는 노래가 울려 퍼진다. 빽빽하게 들어찬 관중들이 하나같이 따라 부르기까지 했다. 아오미네는 눈을 질끈 감으면서 ‘미치겠네’ 하고 작게 읊었다. 고맙긴 하지만, 내가 필요한 건 이런 게 아니라고.

 

 

“아오미네 어린이한테 딱 맞는 수준의 생일 파티네!”

 

 

환대를 받으며 코트 안에 들어서자 목을 꺾어가며 스트레칭을 하던 놈이 그랬다. 아오미네는 툭 어깨를 치며 ‘닥쳐’ 하고 짧게 대꾸했다. 팁오프를 기다리는 순간이다. 미국 국가가 흘러나오고 난 뒤, 장내 아나운서의 멘트가 끝나고 나면 심판이 공을 던지겠지. 아오미네는 하프라인에 서서 저번 경기의 여파로 아직껏 가끔 통증이 있던 발목을 꼼꼼히 풀었다.

 

 

“오늘은 특별한 날이기 때문에 특별한 선물이 와있는데요, 아오미네 다이키를 위한-”

 

 

멍하니 서서 발목을 풀던 아오미네가 질색을 하고 돌아선다. 뭐야? 또 있어? 평생 받을 축하는 오늘 다 받는 거야? 아오미네는 미간을 찌푸리며 무어라고 시끄럽게 떠드는 장내 아나운서를 바라보다가, 이내 선수 프로필 사진이 걸린 현수막 그 위를 덮으며 찬란하게도 흩날리는 현수막을 바라본다. 저게 도대체 뭐야.

크기도 크다. 현수막에 대문짝만하게 쓰인 ‘경 아오미네 다이키 생일 축하 축’ 글씨를 읽자마자 아오미네는 입을 헤- 벌렸다. 도대체 누구 센스지. 약간 카가미 같은데. 그런 생각을 하는 와중에 현수막 밑자락에 펄럭거리는 글씨를 읽고 나서는 입술을 꾹 말아 물며 웃음을 참았다.

‘From. KAGAMI’

 

 

 

 

***

 

경기는 순조로웠다. 제법 까다로운 상대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오늘따라 맥을 못 추는 상대편 덕분에 장내 열기가 뜨겁다. 하프타임이 시작되자 시끄러운 음악소리와 함께 치어리더들이 코트를 지배한다.

아오미네는 벤치에 앉아 두 다리를 쭉 뻗었다. 이온음료를 꿀꺽 마시고 난 뒤 시선이 향하는 곳은 펄럭대는 현수막이었다. 정말이지. 슛을 하는데 눈에 밟혀 엇나갈 뻔도 했다. 현수막을 바라보며 키득키득 웃고 있는데 옆자리에서 땀을 닦던 팀원이 아오미네의 무릎을 제 무릎으로 툭 건드린다.

 

 

“왜?”

 

 

물으며 시선을 빗기자, 턱짓으로 앞을 가리킨다. 아오미네는 힐끔 앞을 바라보았다가 헉- 하고 뒤로 몸을 물리며 치미는 욕지기를 꾹 눌렀다. 마스코트 인형이다. 발치에서 저를 내려다보고 있는 게 누가 봐도 공포영화의 한 장면과 같았다. ‘놀래라…’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전에 마스코트 호랑이는 제 뒤에서 달려와 선물상자를 전해주는 치어리더에게 상자를 받아들어 불쑥 아오미네에게 내밀었다.

아직도냐. 축하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니. 뭔가 생일이 안 끝날 거 같은데. 그런 영화 본 거 같은데. 이러다 오늘 죽는 거 아냐? 아오미네는 미심쩍어 선물상자를 가만히 바라보기만 했고, 호랑이는 제 품에 어떻게든 안겨주려고 성화였다. 그걸 또 밀어내면 굳이 주워 무릎에 얹어두고 무릎에 얹어둔 걸 제 옆에 앉은 팀원에게 넘기면 팀원이 또 호랑이에게 건네주는…

 

 

“답답해! 왜 안 받아!”

 

 

순환의 연속.

아오미네는 이번에도 주면 뻥 걷어차 버릴까 생각하다 말고 인형탈의 머리를 확 벗겨내는 마스코트의 행동에 움찔, 굳었다. 답답해? 그리고 터져 나오는 목소리에 어어- 하고 놀란 기색을 감추기도 전에 인형 탈을 벗은 카가미가 땀에 젖은 머리카락을 확 쓸어 넘기며 선물상자를 다시 내민다.

 

 

“받아!”

“카가미?”

“그래. 다이키. 안 받아, 진짜?”

 

 

어버버- 말도 못 잇고 입을 떡하니 벌리고 저를 바라보는데, 카가미는 의연하게 인형 탈을 들고 선 채로 빨갛게 익은 얼굴을 했다. 가만히 앉아 멍하니 저를 바라보는 눈길에 카가미는 침을 한 번 꼴깍 넘기더니 “생일 축하해, 다이키!” 하고 핸드폰 액정 안에서처럼 말간 얼굴로 웃으며 축하를 건넨다. 그리고는 간다! 제 몰골이 부끄러운지 홱 돌아서서 도망가려는데, 불쑥 카가미를 붙잡아 끌어안자 아오미네의 옆에서 킥킥 웃음을 터뜨리고 있던 팀원이 이번에는 헤에- 입을 벌렸다.

 

 

“부끄러워 죽을 것 같으니까 놔…”

 

 

퉁퉁한 인형 옷 때문에 더 끌어안지 못하는 게 답답해서 불퉁한 얼굴을 하고 카가미를 놓자, 카가미는 무거운 인형 옷을 이끌고 뒤뚱뒤뚱 걸었다. 나름대로 뛰어 도망가는 것 같긴 한데.

 

 

“도망가는 거야?”

 

 

아오미네가 성큼성큼 걸으며 잔걸음으로 도망가는 카가미의 옆으로 걷자, 카가미가 홱 아오미네를 노려보며 가서 경기 준비나 해. 하고 으름장을 놓는다. 아오미네가 씩- 웃음을 흘린다. 설상가상으로 아오미네의 옆으로 카메라맨까지 따라붙는다.

 

 

“굴러가는 게 빠르겠는데, 타이가.”

“너, 진짜!”

“그나저나 호랑이라니. 잘 어울리네.”

“가서 경기 준비 하라고……”

 

 

아오미네는 킥킥 웃음을 터뜨리며 이마에 들러붙은 카가미의 머리칼을 쓸어 넘긴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제발 좀, 내가 잘못했어. 오는 게 아니었나봐. 이제는 잘못까지 빌며 잔걸음으로 도망가는 카가미를 졸졸 쫓는다. 결국은 코트 밖까지 쫓아 나온 아오미네는 등 뒤에서 들리는 버저 소리에 아- 하고 미간을 쿡 찌그러뜨렸다.

 

 

“얼른 들어가!”

“카가미,”

 

 

두 팔을 벌려 카가미의 목을 꽉 끌어안으며 아오미네는 카가미의 귓전에 대고 한숨처럼 나직하게 진심을 토한다.

 

와줘서 고마워.

키스하고 싶어, 타이가.

 

카가미는 작게 한숨을 뱉으며 아오미네의 뒤통수를 쓱쓱 쓸었다.

 

생일 축하해.

나머지는 이따, 둘이서.

 

 

 

 

 

What a Special Day! fin.

 

 

하얗게 페인트칠한 원기둥 위에 적갈색 페도라가 있다. 만약 몸이 손톱 크기로 작아져 그걸 아래 서 있었더라면 뙤약볕에 녹아든 페도라의 땀방울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페도라는 초콜릿이었으니까.

사실 원기둥은 흰 생크림을 몸에 두른 시폰 케이크이며, 페도라는 초콜릿 장식이다. 시럽으로 얼굴을 그리고 선글라스라도 씌웠더라면 조금 웃겼을지도 모르겠지만, 색을 입힌 치즈로 꽃을 만들어 중앙의 구멍을 빙 둘렀고, 금색 하판에 닿은 시폰 케이크의 가장자리는 말린 딸기 부스러기로 꾸며놓아 깜찍하고 귀엽다. 빅토리아 시대 귀족풍의 액세서리 같아, 케이크는 마치 먹는 음식이라고 하기보단 플라스틱 인테리어 장식의 모양새다.

모모이는 소리를 낮춘 감탄사를 뒤로 여러 각도에서 몸을 비틀며 쉴 틈 없이 사진을 찍어댔다. 다이어트를 선언한 뒤로는 —부러질 것 같은 팔목을 한 주제에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토오고 농구부 매니저 단체 메신저에는 분명 모모이가 찍은 케이크 사진으로 활기를 띠고 있을 것이다. 칭찬 일색. 갑작스러운 다이어트 근황. 기억상실증에 걸린 사람처럼 주말의 케이크 뷔페 방문 약속을 할지도 모르지.

꼬부라진 이름의 어느 디저트 카페에 직접 방문하여 케이크를 들고 온 장본인인 카가미는 케이크를 지그시 바라봤다. 눈두덩을 아래로 내리깔고 가늘어진 눈꺼풀 사이에 굴리는 눈동자가 쉼 없이 번쩍댔다. 곧 카가미는 조금의 망설임도 조심성도 고려하지 않고 공사장 땅굴 파듯 케이크를 퍼먹어대기 시작했다. 모모이나 아오미네를 향한 배려는 전혀 없었다. 한 수저 뜨기를 권유한다거나, 맛에 대한 평가 없이 5분도 되지 않는 시간 안에 케이크를 해치웠다. 맛을 본 것이 아니라, 오래간만에 잡은 사냥감을 허겁지겁 뱃속으로 감추듯 먹어치운다. 그리고 여느 때처럼 손바닥만 한 메모장에 뭘 또 끄적거리더니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입가를 싹 닫고 돌아선다. 흰색 크림의 흔적만 남은 하판은 쓰레기통으로 직행한다. 그러기를 벌써 아홉 번이 넘는다.

대체 왜 저래?

 

—스위츠의 고집

 

그건 그러니까 어리석다. 카가미로써는 무척 어리석은 짓이었다.

상식을 벗어난 카가미의 몸에 밴 어떤 버릇, 유별났던 사고방식, 가치관 그런 것에 대봤을 때 말이다.

카가미는 대식하였고, 질적인 면보다는 양의 기준이 꼼꼼했다. 그의 위장으로 사라지는 음식의 양은 일반인의 눈으로 헤아릴 수 없었고, 어느 유명 유튜버나 텔레비전 쇼에 나오는 마른 대식가들을 대적하고도 남았다. 운동선수고, 움직인 만큼 먹어댔으니까. 이벤트성 점보라멘 같은 광고를 눈앞에서 흔들었을 때 카가미는 코웃음 쳤다. 저거 세 그릇은 먹겠다. 아오미네는 진심으로 카가미네 집 화장실 변기 수압을 그대로 가져다 샤워기 헤드에 장착한다면 정수리가 뚫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케이크의 생크림의 맛을 일일이 따져보는 것이나, 통수가 장식된 과일 시즌을 계산한다거나, 입소문을 탄 가게마다 일일이 메모한다는 것은.

정말 끝내주게 이상하다.

이상한 취미라도 생긴 것인가? 무라사키바라처럼 무작정 스위츠를 좋아한다는 일념하에서 마구 밀어 넣는 게 아니라 더 이상했다. 카가미는 마치 무언가라도 찾는 것처럼 낯선 음식을 먹어치우고 메모를 했다. 고작 손바닥에도 다 차지 않는 작은 케이크 조각을 말이다.

카가미의 이상행동은 보름이 지나도록 멈추질 않았다. 아오미네는 지적하는 말을 혀끝에 올렸다가 삼키기를 반복하며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살피기 바빴다. 어째서, 대체, 왜 아무도 지적하질 않는 거야?

아오미네는 기분이 상했다.

왜 기분이 상했느냐고 묻는다면 대답할 수는 없었겠지만, 누군가 아오미네를 향해 카가미군이 좀 이상하지 않으냐, 묻는다거나 왜 기분이 상했는지 묻는다면 정수리에서 열을 뿜으며 말하고 싶은 정도였다. 물론 그런 일은 없었다.

너 대체 무슨 일이냐.

 

아오미네가 참지 못하고 질문을 던진 날 카가미는 아오미네의 눈을 피했다. 이 멍청한 게! 무언가 감추려고 하려거든 티를 내지를 말던가! 아오미네는 열불이 나서 카가미의 머리를 쥐어뜯었다. 카가미는 열 몇 가닥의 머리카락이 팔랑팔랑 바닥으로 추락하는 동안에도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아파! 아오미네! 정도를 제외하곤.

그래, 결국 아오미네가 백기를 들었다. 마음대로 해라. 이러다 하판까지 뜯어먹으며 메모를 하더라도 카가미는 카가미였다. 카가미가 사람을 죽이고 다닌다거나 패악질을 하는 게 아닌 이상 유리를 씹어 먹더라도 아오미네가 카가미를 미워할 일은 없었다. 카가미가 무슨 이상한 일을 벌이든 앞으로도 농구를 할 것이다. 그거면 됐지 않은가.

그러기를 보름이 지났다.

아오미네가 카가미의 비밀을 알아챈 것은 제 생일이 있기 일주일 전이었다. 카가미는 요리를 잘한다. 일반인의 수준을 넘었고, 어쩌면 자격증이라도 몇 개 취득해 놓은 상태일지도 모른다는 판단을 한 뒤였다. 그러나 카가미가 식사의 기준에서 벗어난 종류의 어떤 것을 만들어 먹는 걸 본 적이 없다. 제과제빵에 재능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의 말론 먹고 싶은 스위츠를 대량으로 만드는 노동력이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이유였다. 어디까지나 카가미의 생각이었지만, 아오미네는 그런 것을 생각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반론해 본 적도 없다. 그런 카가미가 빵을 굽고 생크림의 거품을 내더니, 초콜릿으로 모양을 내기까지 했다.

아오미네는 그제야 알아차렸다. 애초에 카가미는 서프라이즈를 계획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알았기 때문에 생일 케이크를 만들기 위해서라는 말을 빼곤 그 어떤 것도 감추지 않았던 것이다. 심지어는 그렇게 해도 아오미네는 눈치채지 못할 거라고 판단을 한 뒤였을 거였다. 누군가든, 카가미의 생각이든 너무 괘씸해졌다. 그래도 아오미네는 카가미의 노력에 대해 인정했다. 아오미네는 음식에 까다로운 편은 아니었지만, 가릴 줄은 알았다. 알레르기 같은 게 있지 않았어도 편식은 했다. 카가미는 아오미네를 위해 아오미네의 혓바닥 수준에 맞춘 아오미네 만의 케이크를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

바보 아니야?

 

그러면서 아오미네는 올라가는 입꼬리를 감추지 못했다. 카가미가 부끄러운 얼굴을 하고 이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볼 수 없는 스위츠를 아오미네의 앞에 들이밀었을 때를 고대하게 된 것도 아마 그날부터다.

 

여름바다

 

"아오미네 바다 좋아해?"

 

그 말을 시작으로 나와 카가미는 바다로 향했다. 우연하게 당첨 되어버린 호텔숙박권을 그것도 동반 2인이라며 말하던 카가미의 말에 공짜 여행이니 당연히 승낙했다. 학생끼리라 보호자 동반 해야 하는 건가 했지만 그 건은 이미 해결했다며 넌 준비만 잘 해오면 된다는 소리에 짐을 챙겨 바다로 가는 길은 조금 시간은 걸렸지만 나쁘지 않았다. 창밖을 바라보다 파란 하늘에 맞닿은 푸른 바다가 보였다. 햇빛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바다는 꽤나 예뻐서 와! 라는 소리가 저절로 나와서 한참을 눈을 뺏겼다. 정신 차리고 옆을 보니 카가미도 바다를 보고 있었다. 그리운 듯 들뜬 듯한 미소가 바다와 마찬가지로 시선을 빼앗았다. 그러다 시선이 마주치자 바로 시선을 돌렸다. 카가미의 의아한 목소리가 들렸지만 모른 척 했다. 어째 얼굴이 뜨거워 지는 느낌이라 덥다며 손으로 부채질 했다. 진짜 뜨거운 날씨였다.

 

그리고 도착한 호텔은 생각보다 아니 꽤 좋았다. 방은 깨끗하고 넓었고 높은 곳이라 뷰도 꽤 좋았다. 경품은 다 이런가? 아오미네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오미네! 짐 정리해!"

"아 이 형님 구경 좀 하게 둬라. 뭐가 그렇게 급해?"

 

형님은 무슨 이라며 궁시렁 거리는 카가미의 목소리를 뒤로 하고 방을 더 구경하다 짐을 정리했다. 정리라고 해봤자 바다로 나갈 준비를 했을 뿐이지만. 

작은 투닥거림이 있었지만 둘은 무사히 호텔을 나와 호텔 앞에 있는 바다로 나왔다. 

뜨거운 태양. 태양 빛에 반짝이는 푸른 바다. 신발 위로 올라오는 뜨거운 열기. 후덥지근하게 불어오는 바람. 

 

"근데 사람이 왜 없냐고!"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쭉빵한 누님들로 눈이 즐거워야하는데! 왜! 나랑 똑같은 등치 놈인 너랑 이 좋은 바다를 즐겨야하는 건데!"

"아 정말 시끄럽네! 투덜거릴 거면 두고 간다!"

 

거짓말처럼 텅 비어있는 해변에는 아오미네와 카가미 단 둘 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이른 시간도 늦은 시간이 아니기에 이상했다. 잠시 생각하는 사이 벌써 멀리 떨어진 카가미를 부르며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왜 화를 내는 거야?

카가미를 따라 걸음을 옮기니 도착한 곳은 서핑보드나 구명조끼. 바다 물품을 파는 가게였다. 음식점과 같이 하는 모양인지 음식냄새도 폴폴 풍겼다. 

 

"밥부터 먹을래?"

"배고프냐?"

 

아오미네의 대답에 카가미는 아직-? 이라 말하니 그러면 나중에. 라는 아오미네의 말에 두 사람 다 물건만 빌려 가게를 나섰다. 카가미는 바다에 왔으니 당연히 서핑을 해야지 라는 말을 하며 서핑보드를 빌렸고 아오미네는 가볍게 수영을 하고 싶다며 간단한 스노클링 장비를 빌렸다.

 

"그럼 나 서핑 좀 하고 올 테니까. 아오미네도 놀고 있어."

"오- 꼴사납게 나자빠지지나 마라."

 

그럴 일 없다고 큰소리 떵떵 치며 바다로 향한 카가미의 뒷모습을 보며 아오미네가 키득거렸다. 쿠로코에게 카가미의 취미가 서핑이라는 소리를 들었지만 평소의 모습을 보면 서핑을 영- 잘할 것 같지 않았기 때문에 웃음이 나왔다. 그렇게 상상 속에서 넘어지는 카가미를 보며 낄낄 거리고 있을 때 저 멀리서 카가미가 보였다. 아오미네가 비웃던 카가미는 상상처럼 파도에 삼켜지거나 꼴사납게 넘어지지도 않았고 오히려 익숙하게 파도를 가로지르며 타고 있었다. 입꼬리를 한껏 올려 여유로운 미소를 짓고 있는 카가미는 꽤나 눈이 부셨다. 반짝반짝 빛이 나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아오미네는 넋이 나간 듯 카가미를 가만히 바라만 볼 뿐이었다. 어느새 파도를 다 탄 카가미는 머리를 털며 서핑보드를 들고 해변가로 걸어왔다. 그리고 아오미네와 눈이 마주치자 밝게 웃었다.

 

"오! 아오미네! 내가 서핑 타는 거 봤냐?"

"...못..봤어! 비켜. 나도 바다 좀 들어가자!"

 

아오미네는 붉어지는 얼굴을 가리려 카가미를 밀친 채 서둘러 바다로 들어갔다. 그런 아오미네의 모습에 카가미는 피식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다 따라 다시 바다로 돌아갔다.

실컷 바다에서 질릴 만큼 놀고 배가 고파 음식을 먹고 다시 놀고 호텔로 돌아와 샤워를 한 두 사람은 역시 모자라! 라는 말을 하며 근처의 농구코트로 뛰쳐나갔다. 두 사람의 친구인 쿠로코가 봤다면 역시 체력하나는 괴물 같다고 말했을 것이다.

 

“아- 무리무리~~~”

“헉...헉....한 번...더!”

“아~ 그만 좀 하자고....아까 물놀이 때문에 체력이 안 따라간다니까?”

 

아오미네가 바닥에 누워 항복 선언을 하자 카가미는 여태까지 진 것을 꼭 만회하겠다는 일념으로 한 판 더! 를 외치고 있었다. 물론 지친 것은 카가미도 마찬가지기 때문에 결국은 아오미네의 옆에 쓰러지듯 누우며 숨을 골았다. 그리곤 역시 농구를 해야 마무리 된 거 같다며 두 사람은 똑같은 생각을 했다. 어둑어둑해진 하늘을 바라보던 카가미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가방에서 뒤적이다 무언가를 꺼내 아오미네에게 건넸다.

카가미가 건넨 건 손바닥만 한 까만 상자에 빨간 리본을 달고 있는 선물 상자였다. 아오미네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눈빛으로 묻자 카가미는 한참을 뜸들이다 머리를 긁적이며 고개를 돌린 채 작게 말했다.

 

“....너..오늘 생일이잖아. 생일. 선물....”

부끄러운 듯 미소 붉어진 얼굴을 한 카가미가 작게 중얼거렸다. 하지만 확실하게 들은 아오미네가 씩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상자를 흔들거나 만지다 리본을 풀어 상자를 열었다.

아오미네의 등 번호가 새겨진 아대였는데 수제작인 듯 조금은 엉성한 수들이 조금 웃겼다. 바느질을 손수 한 건가? 싶기도 하고 주문한 건가? 생각을 했지만 어느 쪽이든 자신을 위한 선물임은 틀림이 없어 웃음이 났다. 나쁘지 않는데? 라고 중얼거리면서

 

“땡큐 카가미.”

 

아오미네가 어린아이처럼 미소 지으며 아대를 찬 손을 들어보였다. 그런 아오미네의 모습에 카가미도 씩 웃으며 입을 열었다

 

“Happy birthday! Aom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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